나에게 현대미술관이란

지난 금요일 우리는 국립현대미술관을 방문했다. 출발하기 전 점심에 선미가 사 오신 김밥을 두 줄이나 먹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기쁜 마음으로 미술관을 향해 갈 수 있었다. 미술관에 들어서고 나서 가장 처음 본 작품은 대문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여러 가지 대문들이 열고 닫힘을 계속 반복하게 연출되어 있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보니 이 영상을 마주하며 관객들은 ‘환영받음’과 ‘환영받지 못함’이라는 양가적 감정을 느끼게 된다. 라고 써져있었는데 솔직히 나는 이 작품을 보는 관객 중 한명으로서 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그냥 내가 보기엔 여러 가지 모양의 대문. 말 그대로 문들일 뿐이었다. 근데 이 작품의 이어지는 설명 중에 지난 문명의 역사 속에서 거대한 대문은 인간의 힘과 권력들을 보여주는 대상이었고 현대도시에서는 사회적 계급을 보여주는 대상이 되었다고 서술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대문을 경험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아파트는 항상 뚫려 있었고 내가 열고 들어가는 공간은 우리 집 현관문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환영받는 것과 환영받지 못함을 결정하는건 문이 아니라 문 안의 나를 기다린 사람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생각난 일화가 있는데 내가 유일하게 문을 통해 환영 받지 못함을 느껴 본 적이 있었다. 내가 8살쯤 때였던 것 같은데 학교를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당시에 우리 집에는 도어락이 없어서 집안에 사람이 있어야지만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근데 엄마가 씻고 있는 바람에 내 초인종 소리를 못 듣고 문을 열어주지 못한 적이 있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별일 아니지만 그 당시의 나는 너무 놀라고 마치 길을 잃은 아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설명하기 복잡하지만 내가 항상 돌아가던 곳이 어느 순간 나를 위해 열어져있지 않다는 것이 어린 나에게는 무척이나 크게 다가왔다. 지금 문득 생각난 것이지만 빌라나 오피스텔, 아파트처럼 우리 주위라고 표현해도 되나? 정확히는 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건물들의 현관문을 찍어서 작품을 만들어도 재밌을 거 같다. 어떤 집은 배달광고지가 잔뜩 붙어져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집은 우유가 들어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런 문들을 통해 나는 우리가 집 안으로 들어설 때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참을 밖에서 돌아다니다가 우리 집 현관문 앞에 서면 아 집이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몸에 힘이 탁 풀리는 그런 게 있는데 누군가도 나처럼 현관문이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공간일 수도 있고, 혹은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은 공간일 수도 있는데 뭐 그런 여러 가지 감정들을 표현 해봐도 재밌을 것 같다.

내가 만약 그런 작품을 만든다면 작품의 제목을 현관문 (띡띡띠리릭) 이라고 지을 거다.

이제 두 번째 작품으로 넘어가자면 색/가치라는 작품이었는데 여러 가지 색들이 이름과 함께 붙여져 있었다. 내 기억이 정확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밑의 글에 이 색들이 모두 흑백으로 프린팅 되어있을 때 우리는 색들을 구분할 수 있을까 대충 이런 글을 봤던 기억이 있는데 내가 이번 전시를 보면서 유일하게 어? 했던 부분이었다. 모두 다른 색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어떤 필터 하나를 입혀 버리면 그것들은 결국 명도만 다른 흑백들이 되어버리고 만다. 뭔가 이것에 대해 뭐라고 설명해야 될지는 모르겠지만 음… 모르겠다 아직은 근데 확실한건 내 마음에 저 문장이 들어왔었다.

다음으로 감상했던 작품들은 영상들을 주로 봤었는데 가제트가 어떤 영상을 가리키면서 한번 봐보라고 해서 헤드셋을 끼고 감상했었다. 다양한 물체들이 움직이거나 떨어지면서 소리를 내는 영상이었는데 영상보다 소리가 반 박자씩 느렸다. 이미 대걸레가 떨어지고 다음 컷으로 넘어갔는데 그 컷에서 대걸레 떨어지는 소리가 나고 그런 식으로 영상이 흘러갔다. 왜 그렇게 연출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넉 놓고 보기만 했다. 또 다른 영상들도 봤는데 어떤 남자가 병원 침대에 누워서 얘기하는데 살아있어 보이지만 그 남자는 아마도 죽은 것 같았다. 그 남자가 말하다가 갑자기 영상이 멈추고 그 옆에 있던 모니터에서 영상이 나왔는데 교실에 학생들이 앉아있고 선생님처럼 보이는 인물이 영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작품을 그런 식으로 연출한 게 왠지 참신한 느낌이 들었다. 보면서 남자가 뭐라고 계속 말하는데 나는 그게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모르겠고 상황도 이해가 안됐었는데 그 옆 영상에 선생님은 그 남자의 말을 잘만 해석했다. 그래서 뭔가 묘한 거부감이 들었다. 이 작품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어떤 것을 해석하고 그거에 대해 생각하게 할 틈도 없이 그냥 해석을 말 그대로 유포해버리는 것이 옳은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약간 공격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해석공격

진짜 내 생각이 담긴 현대미술관 리뷰는 여기까지다. 이 이후에는 솔직히 내가 본 것들이 생생히 기억나기보다는 훑는다는 느낌으로 감상했다. 또 점심 때 먹은 김밥 때문인지 갑자기 식곤증이 와서 내 눈꺼풀을 내가 주체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갔었다. 그러면서도 왠지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고 이 작품을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서 팔짱도 껴보고 괜히 목도 내밀었다. 정말 솔직해 지기란 힘들다. 난 현대 미술이 아직 너무 어렵다. 어려워서 사전적 정의를 찾아봤지만 20세기에 전개된 새로운 경향의 미술이라고만 명시되어 있었다.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아나랑 같이 다니게 된 적이 많았는데 아나는 잘 이해하는 것처럼 보여서 그 모습이 신기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기 전 다른 죽돌들의 글을 몇 개 읽어봤는데 나름의 생각들을 가지고 온 것 같아서 또 한번 신기했다. 나는 리뷰를 쓰기 전에 걱정이 많았다. 내 생각에는 내가 작품들을 제대로 감상한 것 같지 않았고 이런 자세로 작품들을 만나는 게 괜찮은지 염려스러웠다. 이미 나에게 많은 것들을 얘기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담아낼 그릇이 준비되지 않아서 좀 허무했다고 해야 할까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내겐 너무 짧지만 또 길었다. 미술관에 휴게실이 있으면 좋겠다. 많은 생각들로 인해 멍해진 나의 뇌에 잠깐의 휴식을 선사해줄 수 있는 그런 휴게실. 잘 수 있는 곳이면 더 좋겠다.

어쩌면 내가 너무 현대미술을 어렵게 생각해서 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 같다. 작품들을 볼 때 내가 드는 생각이 맞는지에 대해 계속 판단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작가가 의도한 게 이게 맞나? 이런 생각이 자꾸 든다. 그냥 내 멋대로 생각하는 것도 괜찮을까? 나는 이 자리(글)를 빌어서 많은 현대미술 작가님들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내가 여러분의 작품을 생각하신 의도와는 다르게 멋대로 해석해도 되는지 양해를 구하고 싶다.

(지금 글이 약간은 앞뒤 상관없이 막 흘러가는 느낌이 있는데 나는 그냥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내 생각들을 막 쏟아내다 보니까 좀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이 글을 쓰기 전에 아마 이번 글은 내가 올렸던 글들 중에 가장 짧은 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까 젤 긴 글이 돼서 지금 조금 깜짝 놀랐다.

미술관에서는 깊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들이 글을 쓰면서 더 깊게 다가오는 느낌이 있다. 좀 뜬금없지만 요즘 글의 매력을 알아가는 것 같다. 약간 신나는 느낌 ㅎ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번 전시의 타이틀 이였던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에 대한 내 한줄 평은 아직도 잘 모르겠는 이야기이다.

다음에 내가 이 전시를 또 보게 되는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 내 한줄 평은 조금 달라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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