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고정희 추모기행 리뷰.

해남 여행(0606~0610)

내가 여행에 대해 가장 먼저 접하게 된 건 조의 시가 아니었을까 싶다. 사랑법 다섯번째 라는 시였다. 저절로 떨리는 세계를 가질 것. 시의 첫 번째 부분이다.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 있으면 좋을텐데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스스로를 위한 사랑법인걸까? 싶기도 했다. 제목이 왜 사랑법 다섯번째인지 궁금했는데 사랑법 첫 번째, 두 번째 그렇게 순서대로 있나보다. 너무 열심히 생각했나.

 

되게 날이 좋았다. 비가 밖에 있을 때? 온 적은 없는 것 같다. 바람도 불었고. 바람 세게 부는 걸 좋아하는데 날씨가 딱 그런 적이 있어서 좋았다. 특히 아침에 나가서 산책 할 때 그랬다. 그런데 그 날 아침 산책 때만 해도 즐거웠던 바람이 팽목항에서는 이상하게도 시리고 무거워졌다. 리본들의 색이 빛을 받아 옅어지고 있었다.

 

근데 솔직히 순간순간 스쳤던 감정들을 제외하고 크게 뭘 느끼진 못했다. 뭘 느낀 척 하는 것도 힘드니까. 너무 슥슥 지나가 버리기도 했고 갑작스럽기도 했다. 출발 전날까지 실감 나지 않은 것도 있고.

 

그리고 되게 애매했다. 내가 고정희 추모기행을 온건지 세월호 추모를 온건지 잘 모르겠다. 여행 이름은 고정희 추모기행이고 큰 감정들을 준건 세월호 관련 일들이기 때문이었을까. 몰론 둘 다 좋은 일이고 하지만 너무 섞여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루는 이거, 하루는 저거 이런게 확실했다면 덜 혼란스러웠을까? 슬퍼하다가 지쳤다가 108배를 갑자기 하고 새로운 만남에선 나름의 만남이니 울적한 기분을 간직하면 안 되니까 또 웃어야 하고. 그 다음 날 아침에 즐거운 추모를 마쳤다가 다시 울적하고 엄숙해지고.

 

나쁜 일들이었단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 감정들이 나쁘단 말도 아니다. 다 의미있고 좋은 일이었고, 상황에 따른 감정들이 있다. 다만 계속 모든 일들이 그렇게 진행된다면 나는 내 감정들을 견딜 수 없다. 감정을 소화할만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개인에 따라 다르니까) 정 반대로 휙휙 바뀌는 것들이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앗, 그래도 고정희 시인분에게 하는 즐거운 추모를 마치고 나서 목포 신항에 들리자 언젠가 그렇게 즐겁게는 불가능하지만 마음에 쌓인 짐이 없는 채 모든 진실이 밝혀진 상태로 그 앞을 마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언제가 되더라도 나는 그 앞에 당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 세월호 추모 벤치가 있었는데, 희생자분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벤치였다. 음, 확실치는 않지만 써 있는 명칭이 그랬다. 거기엔 영영 앉을 수 없을거다. 어떻게 그 위에 앉을 수 있을까. 누군가의 희생 앞에서 당당해 질 수는 없다. 특히 희생 한 것이 아니라 희생 되었을 때는.

 

평화로웠던? 자유 여행이 있다. 진짜 땅끝 전망대 일층 데스크에 앉아 계시던 분은 얼마나 어이없고 웃기셨을까. 우리는 그 곳 에어컨과 소파를 누리며 거기서 엄청 쉬었다. 그 분 입장에선 아마 일곱여명이 갑자기 홀을 굴러다니는 느낌이 아니셨을까. 진짜 여유롭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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