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613_해남여행 리뷰_시아

180613_해남여행 리뷰_시아

 

솔직히 나는 이 여행을 가기 싫었다. 그런데 몇 번에 걸친 여행 리뷰마다 여행을 가기 싫었다는 이야기를 하려니 조금 거부감이 든다. 하지만 하루 종일 내 시간 없이 친구들과, 그보다도 모르는 새로운 사람들과 붙어있어야 한다는 것도 스트레스였고, 그 기간이 짧지 않다보니 피곤할 것이 예상되어서 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준비가 되지 않고 집단 전체의 분위기도 견디기 힘들 것 같았다. 마음에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과 추모를 하러 간다는 것도 부담스럽고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놓친 부분도 더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좋았던 순간도 많았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일은 목요일, 팀별 자유여행 시간에 송도해변에 갔던 기억이다. 사실 다리를 다쳐서 걱정도 되고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쏘영의 추천에 기브스를 푸르고 모래를 밟았다. 그런데 모래가 너무 고와서 발에 스치는 느낌이 작고 부드러웠다. 사실 다리를 다쳐서 알게 모르게 위축되어있고 기분도 별로 좋지 않았던 것 같은데 모래를 밟자 ‘그래도 나쁘지만은 않은 여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모래에 다리를 묻고 볕도 쬐고, 물을 맞아 젖은 김에 물에도 들어갔는데 시원해서 상쾌했다. 바다에 들어가서 조용히 바다를 보는데 하늘과 바다가 너무 예뻤다.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씻을 일이 걱정이었지만, 나한테 물을 뿌려 바다에 들어오게 해준 연두에게 고마울 만큼 수평선이 예뻤다. 수평선이라고 할 만한 것을 본 적이 전에도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잠시 넋을 잃고 보았다. 그런데 곧 갈 시간이 되어 일찍 들어올걸, 하고 후회를 했다. 그리고 다른 조 친구들이 로드스꼴라와 허물없이 노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얼마 전까지 하자에서 만나도 인사를 하기 힘들던 사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미황사에 갔던 금요일도 기억에 남는다. 절이라는 공간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렸을 때 불교 유치원에 다니기도 했고 친할머니를 따라 몇 번 방문해봤지만, 자라서는 유적지로서가 아니면 가보지 못했다. 나는 발목 때문에 108배는 못해서 잠시 밖에 있었는데, 조용하고, 나무가 있고, 하늘이 잘 보이고, 이런저런 공간이 많아서 다음에 여유를 가지고 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천천히 둘러보고 싶고, 여러 공간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낮잠도 자고, 멍하니 하늘도 보고, 그냥 누워도 있다가 생각도 하고 싶다. 그리고 미황사에서 조원들과 더 친해졌다고 말한 친구들이 많았는데, 나도 그랬다. 우리는 백일장 때보다도 서로 질문을 하던 시간에 더 친해진 것 같다. 자유여행을 하면서도 어색했었는데, 글에서 서로의 다른 면을 보기도 하고 질문을 하면서 장난도 조금 치고, 궁금했던 것도 물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들 글을 정말 잘 쓰셔서 놀랐다.

 

그리고 이 여행의 테마 중 하나였던 고정희 추모제는 내 예상을 깨고 어둡지 않은 분위기라 부담이 덜했다. 사실 세월호의 경우는 내가 너무 준비되지 못했었고,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그런 상태의 내가 쓴 편지를 유가족에게 전달하는 것이 옳을까?’라는 생각에 쓴 편지를 내가 가져왔는데, 아무래도 슬픔의 크기와 시간, 그 밖의 여러 다른 것들이 만든 차이인 것 같다. 무덤 앞에서 훌라춤을 추고, 신나는 노래를 부르고. 나에게는 아주 색다른 경험이어서 신선하고 재밌었다. 가제트가 “무덤에서 놀라서 뛰쳐나오겠다.” 고 한 말이 계속 생각나서 웃음이 난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은 줄어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에 나의 장례식이나 추모제가 이런 형태라면 어떨까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추모의 형태는 여러 조건들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추모한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여행이었다.

 

광주 여행과의 공백이 길지 않아 더 정신없고 피곤한 여행이었던 것 같다. 여행 리뷰를 쓰며 되짚어보니 자유여행을 제외하면 그리 바쁘게 이동하지는 않았는데, 아무래도 많은 사람이 함께 움직이고 장소마다 활동이 뒤따르다 보니 여유 없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영행에서 로꼴과도 친해지고 여러 가지를 느낀 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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