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여행 리뷰_연두

해남여행리뷰-연두

해남여행은 되게 길게 느껴졌다. 금오도보다도 더 길게 느껴졌다. 지쳤어서 그랬는지, 재미있지만은 않아서 그랬는지.

이번 여행에서 나에게 가장 크게 다가왔던 것은 세월호 였다. 여행에서 팽목항과 신항을 들렸었다.

팽목항 에서는 등대를 보았고, 기억의 타일들과 빛바랜 얼룩덜룩한 리본들과 거센 바닷바람에 녹이 슬어 절대 풀리지 않을 것 같이 단단해진 종들을 봤다. 버스에서 내려서 등대로 걸어 갔다. 처음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타일들을 보러 걸어가면서, 모두가 조용해지고 거센 바닷바람만이 내 귓등을 휘감는 소리와 중간중간 들릴락 말락 하게 들리는 아름다운 종소리를 들으면서 점점 처음 느껴보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내 안에서 점점 부풀어 올랐다. 기억의 타일중에 두 개의 타일이 기억에 남는다. ㅁㅁ아. 라고 딱 세 글자 만 써 있는 타일, 그리고 배를 풍선이 들어올리는 그림. ㅁㅁ아. 세 글자를 보는 순간 바로 마음이 아팠다. 풍선이 배를 들어올리는 그림은 삐뚤빼뚤, 천진난만해 보이는 그림이었다. 그렇게 풍선이 들어올려주었다면.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 그림이. 팽목항엔 작은 종들이 되게 많았다. 딸랑딸랑, 앞에서 말했듯이 거센 바닷바람과 함께 종소리도 들렸다. 바닷바람이 내 온몸을 휘감았고 쓸려가려는 나를 종소리가 잡아주는 것 같았다. 아름답게 울리던 녹슨 종에서 나는 종소리가, 나한테는 처절하게 느껴졌다. 눈물로 다가왔다.

신항. TV에서 보던 걸로 존재했던 세월호가 처음으로 내 눈앞에 현실로 나타났다. 실감이 나지 않았던 입구는 엄청 노랬다. 팽목항은 색이 바래다 못해 흰 색이 되었는데, 여긴 셀 수 없이 샛노란 리본들이 있었다. 직접 보기 전까지도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던 세월호는 생각보다 엄청 컸다. 이 커다란 존재는 나에게 공포, 슬픔, 분노, 억울함, 처절함, 착잡 등등 온갖 감정들을 나에게 가져다주었다. 많이 녹슬고 부패된 배, 잘린 배의 한 귀퉁이, 거의 지워진 채 써있는 ‘세월호’ 세 글자. 내가 세월호를 보고 뭘 느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내가 세월호를 보고 무엇을 느꼈어요. 라고 이야기 할 수가 없다. 아직 혼란스럽고, 결정지을 수 없고, 너무 어렵고, 무섭다. 세월호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그 때 어땠을까를 상상할 때 마다 아직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계속 눈물이 난다. 이걸 보면 나는 아직 이 ‘세월호’ 라는 것에 대해 아무런 정리를 못한 것 같다.

신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유가족 분이 앞에서 말해 주신 이야기들도 아닌, 내가 앞에서 우쿠렐레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른 것도 아니다. 한 아버지 분께서 우리들 앞에서 당차고 씩씩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해 주셨다. 그런데 다 끝나고 좁은 문을 통과해 거의 90명의 사람들이 지나가는데, 한 명 한 명 지나갈 때 마다 “고맙습니다” 라고 말하시던 아버지가 가장 기억이 난다. 자신의 아들의 또래인 우리들을 볼 때 마다 어떠실까, 우리들 앞에서 저렇게 당차게, 당당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 힘드시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들이 쓰나미처럼 내 머릿속을 휘저으면서 울컥. 감정이 훅, 하고 올라왔다. 제발 빨리 모든 사실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 빨리 미수습자 5분이 수습되었으면 좋겠다. 팽목항이나 신항이나, 분향소나 유가족 분들이 지내는 곳이 컨테이너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직 이 해남 여행에 대한 전체적인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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